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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헌터

좌백 소림쌍괴 색다른 주인공이 주는 재미

by 월드매니저 2021.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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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친구의 권유로 김용의 영웅문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전까지는 무협지라는게 있다는 것만 알았지 읽어보고 싶다거나 읽어볼 생각은 한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읽어본 영웅문은 정말 너무나도 재미가 있었죠. 세상에 이렇게 재밌는 소설이 다 있나 하면서 고등학생임에도 밤을 새가며 읽게 되었습니다. 

 

최근 영화 승리호에서 주인공 김태리가 영웅문을 읽는 장면이 나왔는데, 당시 고려원에서 나오던 영웅문 버전이요. 보고 상당히 반갑더군요. 그당시 책 대여점에서 영웅문 1부, 2부, 3부를 단숨에 독파하고,  뒤이어서 대륙의 별(천룡팔부), 소오강호, 녹정기까지 한동안 김용의 중국 무협지에 빠져 살았습니다.  당시 영웅문을 접하지 않았더라면 대학교가 바뀌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빠져 살았네요.  김용의 작품외에는  고룡의 절대쌍교정도만 재밌게 읽었고,  다른 중국무협지는 잘 읽히지가 않더군요. 

 

그렇게 김용의 영웅문으로 무협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고  우리나라 무협지에도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당시 출판사 뫼에서 예전 만화책방용으로 나와던 세로판 소설들을 현대식으로 재출간하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접하게 되었던건 용대운의 태극문이었는데 처음 접해본 우리나라 무협지 스타일이 확실히 맘에 들더군요.  너무 길고 장황하고 구구절절한 중국식 무협스타일이 아니고, 짧지만 강렬하고 시원시원한 전개에 많은 작품들을 접하게 되었네요.

 

우리나라 무협작가중에서는  용대운,좌백,풍종호의 작품들을 가장 좋아합니다.  특히 뫼에서 나오는 작품들이 예전 야설록,검궁인,사마달,금강등의 작품들을 재출간하는 와중에 새롭게 신무협으로 분류되던 신진작가들중에서 특출나던 좌백을 가장 좋아합니다.  대도오,생사박,야광충등 기존의 전형적인 무협스타일에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개척한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아직도 종종 즐겨보곤 합니다.  

 

 

지금은 이제 예전에 비해 나이도 먹었고 밤을 새가면서 무협지를 읽을만한 열정도 체력도 남아있진 않지만 아직도 예전에 재밌게 봤던 작품이나 용대운,좌백,풍종호의 작품은 종종 봅니다.  용대운의 군림천하는 마무리만 제대로 지어지면 우리나라 무협계에 큰 획을 남기게 될 기념비작인 작품이 될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제발 마무리가 잘 지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구요.  용대운의 군림천하와 함께  좌백의 천마군림도 정말 기대를 많이 하던 작품입니다.  군림천하가 정통무협의 결정체와 같다면,  천마군림은 무협으로 그려낼수 있는 재미의 결정체이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할 정도로 기대가 컸습니다.  2부에서 약간 힘이 빠진 감도 없지만, 철갑마의 모든 것을 이은 무영이 제천강과 일대 격돌을 하게 될 3부가 연재되기를 기대하고 있네요. 

 

서론이 상당히 길었네요. 좌백의 소림쌍괴는 최근에야 완결된걸 알고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대도오,생사박,야광충,금강불괴,혈기린외전,독행표,금전표,천마군림,비적유성탄에 이어 읽어보게 되었는데 기존에 접해왔던 좌백의 작품들과 스타일이 조금 다르더군요.  시종일관 가볍고 경쾌한 분위기여서 편하게 술술 읽어볼수 있어 좋았고, 먼치킨타입의 주인공들이 주는 안정감이 색다른 재미를 주었습니다. 

 

 

고된 성장과 고련, 기연을 거쳐서 완성형이 되어가는 주인공이 아니고,  이미 애초에 당대에는 아무도 대적할 수 없는 절대자의 위치에서 나올만한 얘기가 뭐가 있을까 하겠지만 역시나 대단한 이야기꾼 답게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끌고 나갑니다.  먼치킨류의 주인공이면  원펀맨이 떠오르는데, 원펀맨은 주인공 사이타마 외에도 이야기를 풍성하게 해주는 캐릭터들이 풍부한데 비해  소림쌍괴는 오직 주인공 공령과 공심에게만 촛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소림사에서 100년넘게 무공수련을 하고 처음으로 무림에 출도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공령은 반노환동을 해서 30대정도로 보이는 외모지만,  공심은 누가 봐도 노인입니다.  정말 흔하게 볼수 있는 주인공이 아니죠.  백년이 넘는 시간동안 소림사에서 무공수련만 해서 고지식하고 바른 생활 사나이인 공령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음에도 임기응변에 능하고 잔머리가 뛰어난 공심의 상황대처가 계속해서 웃음을 만들어줍니다. 

 

어차피 무공으로는 아무도 대적할 상대가 없고,  소림사의 중이라는 신분때문에 대처를 못하는 상황에서는 공심의 임기응변으로 해결해 나가니  얘기가 진행되는 데에도 위기와 긴장감이 없다는건 단점이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기는 마련이죠.  이미 완성형인 주인공들의 능력치가 하나씩 선을 보이는 재미가 있습니다.  

 

다만 주인공들의 능력치에 비해 맞닥드리게 되는 사건들이 소소한것 같기는 합니다.  무림사마라고는 하지만 세력과 세력이 충동해서 전 무림이 위기에 처하고 구원자로 등장하는 얘기가 진행될거라고 예상도 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소소한 무림출도에 그친게 아쉽기는 합니다. 물론 작품의 분위기상 그렇게 흘러가는게 자연스럽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공령과 공심이 소림사에서 평생 수련한 칠십이종절예가 화려하게 펼쳐지고 선보이는 장면을 기대했거든요. 

 

아무튼 처음부터 끝까지 미소를 지으며 가볍고 재밌게, 편하게 읽을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동안 여타 작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주인공들이 낯설기도 했지만 그만큼 신선하고 기발한 재미가 더했던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좌백 작가님의 작품 계속해서 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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