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블루스' 는 가슴을 잔잔하게 울리는 드라마입니다. 이병헌, 신민아, 차승원, 이정은, 한지민, 김우빈, 엄정화, 고두심, 김혜자등이 한 작품에 같이 출연하는 작품이라니... 보통 이런 화려한 출연진들이 나오면 제작비가 어마어마하게 들어가고 스케일도 큰 블록버스트급 작품을 예상하게 됩니다.
전세계를 무대로 하는 첩보전이나 대하사극, 판타지 대작과 같은 작품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지겠지만,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는 잔잔한 드라마라니, 여러가지로 사람의 의표를 찌릅니다.
실제 우리 곁에서 매일같이 일어나는 다양한 일상을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출생의 비밀, 삼각관계, 불치병, 오해와 배신과 같은 막장 요소 전혀 없이 그저 담담하게 표현해냅니다. 노희경 작가의 필려과 훌륭한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정의 순화가 이루어지게 만들어줍니다.
영주와 현, 인권과 호식
많은 에피소드 중에서 가장 먼저 눈길이 갔던 건 고등학생 커플로 등장하는 영주와 현의 이야기였습니다. 철없는 풋사랑으로 덜컥 임신을 해버린 영주와 현.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둘의 아버지는 원수처럼 지내고 있죠. 아기를 지우려다가 낳아서 키우기로 결심하는 영주와 현의 이야기는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자녀로 두고 있는 상황에서 마냥 드라마속의 허구로 가볍게 넘길수가 없더군요.
제 나이가 어렸다면 용기를 내서 아기를 키우기로 한 영주와 현을 응원하며 그들을 이해 못하는 어른들을 답답하게 봤을듯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부모와 같은 나이가 되다 보니 앞으로 그들이 감당해야 할 무거운 현실이 뻔히 보입니다. 인권(박지환) 과 호식(최영준)처럼 한참 파릇파릇한 아이들이 부모가 되어 감내해야 될 앞날을 생각하면 마냥 그네들과 똑같이 했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국 아이를 이기는 부모가 없다고, 많은 갈등과 오해, 상처가 봉합되는 과정을 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인권과 호식이 오래도록 곪았던 환부를 도려내고 아이들을 위해 손을 다시 잡는 장면, 인권과 현이 재회후 부둥켜 안는 장면등이 가슴을 절절하게 만들었네요.
영옥과 영희 , 정준
영옥과 영희의 이야기는 또다른 방향으로 가슴을 울렸습니다. 어딘가 숨겨진게 많은 듯한 영옥(한지민)의 비밀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쌍둥이 언니 영희(정은혜) 였습니다.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영옥과 영희의 이야기는 장애우에 대해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영희를 지하철에 버리려다가 차마 못한 영옥의 입장이 너무나 공감이 가고, 자신이 원해서 그렇게 태어난게 아닌 영희는 어떤 심정으로 세상을 살아갈지 감히 상상할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편견없이 자연스럽게 영희를 반겨주는 푸릉마을 사람들의 따뜻함과 듬직하게 영옥과 영희를 받쳐주는 정준(김우빈)의 든든함이 훈훈하더군요. 오랜만에 방송에 모습을 보인 김우빈은 배역을 제대로 만난 것 같습니다. 남자가 봐도 멋있고 듬직하게 나오는데 누가 봐도 반할 것 같은 모습이 멋지네요.
장애를 갖고 있지만 영옥이 오래전에 자신을 버리려 했던 것도 다 기억하고 있는 영희는 도대체 얼마나 깊은 상처와 외로움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걸까? 그리고 마지막에 영희가 남기고 간 그림은 감동과 슬픔을 줬습니다.
춘희와 은기
가장 최근에 방송됐던 춘희(고두심) 와 손녀 은기(기소유)의 이야기는 정말 슬프고 안타까웠습니다. 특히 은기 역할을 한 기소유 아역 배우는 어찌나 그렇게 연기를 잘할수가 있는지 놀라웠습니다. 실제 6살이라고 하는데 연기 천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에 반했네요.
남편과 다른 아이들을 모두 잃고 마지막 아들 만수만 남은 춘희에게 만수의 사고는 너무 끔찍했습니다. 아빠를 잃을 지도 모르는 은기의 심정보다는 마지막 남은 아들을 잃을지도 모르는 춘희의 심정이 더욱 절절하게 느껴졌습니다. 뒤늦게 사고 소식을 잃고 병원으로 찾아가 의식이 없는 아들을 어루만지며 보듬는 고두심의 연기는 명불허전이었습니다.
며느리에게 담담하게 병원에서 아들의 생명줄을 끊자고 하면 그렇게 하라는 얘기를 하고, 택시에서 오열하는 고두심의 모습을 보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요. 내가 잘못되면 우리 어머니의 심정도 똑같겠구나 하는 생각에 더욱 눈물이 났던 것 같네요.
마지막에 은기의 이야기를 듣고 모든 배를 바다에 띄워 100개의 달이 떠있는듯한 모습을 연출 한건 너무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동안 봤던 드라마에서 최고라고 할 정도로 명장면이었던것 같네요.
방송을 보며 제발 만수가 깨어나길 바랬는데, 다행이 오늘(5일) 방송에서 깨어난 모습을 보게 되어 기뻤습니다. 이렇게 드라마에 과몰입하게 될줄은 몰랐는데 저절로 이렇게 되어 버리니 대단한 드라마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20부작으로 이제 종영까지 단 2회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동석(이병헌)과 옥동(김혜자)의 갈등과 상처의 봉합, 동석(이병헌)과 선아(신민아), 영옥과 정준의 이야기가 어떻게 끝을 맺을지 인것 같네요. 모처럼 여러가지로 가슴을 울리는 드라마였던 우리들의 블루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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