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처음으로 골수검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살면서 골수검사, 백혈병과 같은 단어들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등장하는 먼 일로만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저에게도 일어나네요. 아직도 이게 현실인가 싶고, 꿈만 같지만 어느새 골수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네요.
몸에 이상이 느껴진건 한 달정도 된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감기몸살 기운이 있어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 받았습니다. 그런데 2주가 지나도 기침이 안 멈추고 열도 계속 나고 가래도 생기고 입맛도 없더군요. 한창 유행하던 독감인가 싶어서 독감검사도 받았는데 독감은 아니었네요.
집앞에 있는 이비인후과에서 계속 감기약만 처방받아 먹었습니다. 그런데 살이 쭉쭉 빠지더군요. 워낙 입맛도 없고 식욕도 없어서 그런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네요.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 감기가 이어지고 몸무게가 거의 5kg 가 빠졌습니다. 몸도 너무 피곤하고 무기력한게 이상이 있는게 확실하더군요. 집 근처에 있는 큰 병원에 갔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호흡기쪽에 이상이 있는 줄 알고 호흡기내과에 방문에 엑스레이도 찍고 CT 도 찍었습니다.
호흡기내과에서는 호흡기쪽에는 이상이 없는데 CT 를 보더니 비장이 커져 있다는 겁니다. 이때부터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비장이란 장기가 우리 몸에 있는 줄은 알고만 있었고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몰랐는데 갑자기 비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져 있다면서 소화기내과를 연결시켜 주더군요,
다시 소화기내과로 가서 피검사를 하고 CT 를 다시 찍었습니다. 그리고 담당선생님과 상담을 했는데 '만성 골수성 백혈병' 이 의심되니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합니다. 갑자기 백혈병이라니요......... 얘기를 들으면서도 실감이 나질 않았습니다. 이게 무슨일인가 싶고 꿈에도 생각치 못했던 백혈병이라니, 순식간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머리가 하애집니다.
그러면서 가까운 대학병원을 연결해서 예약을 잡아준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시키는대로 CT 영상을 CD 에 복사하고 이런 저런 서류들을 챙겨 나올때까지만 해도 현실인가 싶었네요. 저는 51살인데 앞으로 어떻게 되는건가 정신이 멍했네요.
그래도 알아보니 만성골수성백혈병은 표적치료제들이 잘 나와 있어 일상생활 유지하면서 약만 잘 먹으면 된다는 얘기들이 많길래 조금 희망을 가졌습니다. 아내한테도 놀랄까봐 자세히 얘기는 안하고 대학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해야 한다는 얘기만 했죠,
대학병원은 이틀후에 예약이 잡혀 피검사 결과와 CT 영상을 가지고 방문했습니다. 진료과는 이름도 무서운 종양혈약내과였습니다. 작년 9월에 건강검진할때까지만 해도 특별한 이상이 없었는데 불과 몇 달 사이에 종양혈약내과를 방문하게 되다니 황망했지요.
그런데 더 당황했던건 혈액내과 담당교수님의 설명이었습니다. 검사수치로 봐서는 림프구수치가 안좋아 림프구성이 의심된다고 합니다. 며칠사이에 만성골수성백혈병에 대한걸 이리 저리 찾아보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림프구성이라고 하니 더욱 눈앞이 캄캄해지더군요.
입원해서 골수검사를 진행해보자고 하셨고 며칠후로 입원날짜를 잡았습니다. 이때는 아내와 같이 갔는데 너무 놀라서 집에 가는 차안에서 같이 울었네요. 꿈에서도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 저한테 벌어진다는게 믿어지지 않았고, 아내도 무섭다고 해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어찌어찌 마음을 추스리고 담당교수님이 검사결과 나오기전까지는 아무것도 모르니 이런저런거 인터넷 찾아보지 말라고 하시길래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렇게 입원을 어제 했고 피검사가 진행이 되었고 수액을 맞고 수혈팩을 맞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50년정도 세상을 살아오면서 입원 해본 경험도 없었는데 처음 입원 경험이 골수검사를 위해서라는게 황망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골수검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얼핏 알고 있기로는 골수검사라는데 상당히 힘들고 고통도 심하다고 들었는데 이런 저런 후기들을 찾아보니 그래도 할만하다는 얘기들이 많아 조금은 안심을 했습니다.
오히려 골수검사후에 지혈을 위해 2시간동안 가만히 누워있는데 힘들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시간이 다가올수록 긴장되는건 어쩔수 없었네요.
골수검사하기전에 회진시에 말씀을 해주시는데 수치로 봐서는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인것 같다고 합니다. 그나마 급성이 아닌건에 조금 안심을 했습니다. 계속 걱정되었던게 급성이면 어쩌나 였거든요. 백혈병이고 혈액암인건 변함이 없지만 급성이 아니가만을 일단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골수검사 진행하기 전에 검사결과 빨리 나오면 퇴원해도 된다는 얘기에 조금 더 안심을 했습니다. 입원에서 치료를 해야 할 만큼 상태가 나쁘지 않다는 것과 외래진료를 통해 치료를 진행한다는 것에 안심을 한 것이죠.
사실 입원을 몇 달동안 하면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고 할까봐 가장 걱정을 했습니다. 직장 문제도 있고, 몇 달동안 완전히 일상이 무너질까봐 계속 걱정을 했거든요. 일단 퇴원해도 된다는 얘기가 너무 반가웠습니다. 물론 정확한 건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골수검사는 익히 들었던 것처럼 견딜 만 했습니다. 되려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끝나기도 했구요. 이게 하는 사람의 숙련도에 따라서 많이 다르다고 들었는데 다행이 담당교수님께서 직접 해주셔서 그런지 견딜 만 했습니다.
침대에 완전히 엎드리고 누워 있으면 와서 마취를 하는데 마취 주사 놓을때 조금 따끔한 정도구요. 바로 골수채취를 하는데 이때는 순간 순간 이가 악물어질 정도로 아프고 뻐근합니다. 골수가 빠져나가는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이를 악물면서 참아야 하는 게 두 세 번 정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끝났다고 하시네요.
그리고 지혈을 위해 침대로 와서 두 시간동안 누워있는데 그리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누워서 핸드폰 하다 보니 금방 지나갔거든요. 듣기로는 모래주머니를 등뒤에 대고 누워 있는데 모래주머니 말고 지혈대를 사용해도 된다고 합니다. 모래주머니보다는 편한데 비급여라 비용이 발생되는데 만구천원정도라도 하길래 지혈대로 해달라고 했습니다.
지혈대를 대고 두 시간동안 누워있다 바로 떼어 버리고는 자유롭게 움직일수 있고 다른 이상은 없었네요. 여기까지가 생전 처음 해본 골수검사 후기 였습니다. 현재로서는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진단되는것 같구요, 대략적인 결과는 내일 오전에 나온다고 하네요. 내일 오전에 CT 도 다시 한 번 찍어보자고 하시네요.
아무 이상 없다가 갑자기 한 달만에 백혈병 환자가 되었습니다. 정말로 나와는 상관없는 먼 이야기로 알고 살았습니다. 집안에 관련 질환자도 전혀 없고 얼마전에 받은 건강검진도 이상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일단 제 몸에 이상이 있는 건 확실합니다. 수치도 그렇게 나오고 있고 큰 이변이 없는 한 이제 백혈병 진단을 받고 치료를 위한 과정을 보내게 되겠지요.
걱정되고 무섭기도 하지만 불치병도 아니고 치료 받으면서 관리하면 된다고 하니 이제부터라도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들어봐야죠.
처음에 백혈병이라는 얘기를 듣자마자 가장 먼저 걱정되는건 가족이었습니다. 특히 나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때 남겨 지게 될 아내와 아이들이 떠오르고 생각만해도 무섭고 슬퍼서 어찌할바를 몰랐습니다. 걱정하실 부모님 생각도 들고 멘탈 관리를 어떻게 해야 될지 어렵더군요.
하지만 이제부터 힘내고 용기내어 이겨내보겠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꿋꿋이 지내보겠습니다. 비슷한 증상을 가진 모든 분들께 희망과 용기를 드려봅니다. 모두 힘내시고 쾌차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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